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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 게시판

오바바 안에 '링컨'있다.


화합의 정치 '닮은 꼴'…정적도 등용

"힐러리에 국무장관 제의" NYT 보도

17일 매케인과 공화당 인사 발탁 논의

대선 전날 버락 오바마의 연설문작성자인 존 패브루가 승리 연설의 초안을 전달했다. 오바마는 최측근 데이비드 액슬로드를 통해 “초당적 화합을 바란다는 내용을 추가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리고는 16대 대통령 에이브라함 링컨의 취임 연설 중 마지막 부분을 참고하라고 했다. “우리는 적이 아닙니다. 우리는 친구입니다”라는 부분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는 민주ㆍ공화당의 반목을 뒤로 하고 화합의 정치를 추구하는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노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다행히 오바마로서는 교훈을 삼을 만한 역할 모델이 있다. 정적까지도 과감히 등용해 초당적 정치를 펼친 링컨 대통령이다. 당선 후 오바마의 행보는 링컨과 많은 유사점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경선 당시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국무장관 입각설이 흘러나오면서 언론들도 오바마의 링컨식 리더십을 부각시키고 있다. 뉴스위크(24일자)도 ‘오바마의 링컨’이라는 제목 하에 오바마와 링컨의 닮은 점을 짚었다.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장신 변호사로 일리노이주에서 정치에 입문했으며 워싱턴에 입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무엇보다도 둘 다 훌륭한 연설가다. 링컨은 그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을 직접 작성할 정도였고 오바마 역시 연설의 대부분을 직접 작성하고 시간에 쫓길 때도 최소 한 번은 직접 수정한다.

외면적 유사성보다 중요한 것은 오바마가 링컨식 리더십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1월 CBS의 앵커 케이티 쿠릭이 “성경 말고 집무실에 가져갈 책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오바마는 링컨 평전인 ‘팀 오브 라이벌스(Team of Rivals)’를 꼽았다.

이 책은 링컨이 어떤 식으로 경험 많고 똑똑한 정적들을 참모진으로 등용했는지를 살피고 있다. 링컨은 당시 정적이었던 윌리엄 슈워드를 국무장관으로 발탁, 결국 그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오바마 역시 당파와 무관하게 실력과 경험 있는 이를 대거 등용하려 하고 있다. 무엇보다 힐러리 상원의원의 입각설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구체화하고 있다. 오바마가 13일 시카고에서 힐러리를 만나 확실히 국무장관직을 제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보도했다. 17일에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다. 공화당 인사들은 대거 새 정부의 요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트리뷴은 15일 “짐 리치, 척 헤이글, 로버트 게이츠 등 공화당 인사들이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수팀 역시 “고위직에서 하급직까지 공화당 출신을 등용해 초당적 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었다.

오바마 당선자가 화합을 내세우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긴 했지만 상원에서는 공화당의 의사진행방해를 막을 수 있는 60석 확보에 실패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법안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오바마로서는 공화당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오바마의 ‘링컨식 화합의 리더십’이 통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남북전쟁에 관한 2권의 책을 낼 정도로 링컨에 박식한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뉴스위크에 “오바마가 링컨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 감명 받았다”면서도 “노조 관련 혹은 의료보험 관련 법안은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오바마가 초당적 화합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는지 알 수 있는 첫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한국일보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